봄 날씨는 여전히 변덕스럽습니다. 해가 반짝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시 스프가 어울리는 날씨로 돌아옵니다. 태평양 북서부의 봄은 항상 이런 식이지요.
하지만 날씨가 어떤지와 관계없이, 지금은 식료품 저장실과 냉동고를 정리하기에 딱 좋은 시기입니다. 작년 여름 저장해둔 사과 소스나 블랙베리 잼, 절인 채소가 아직 남아 있다면 이제 꺼낼 때입니다. 올해의 풍요로움을 맞이하려면 공간을 비워야 하니까요.
음식 재료를 모아두는 습관이 있는 분이라면 냉동고에 옥수수 심지가 몇 개쯤은 들어 있을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 옥수수 알맹이를 다 먹고 남은 심지입니다. 마치 옛날 농부나 가정 경제 수업 열혈 팬처럼요.) 바로 이 요리에 그 심지가 제격입니다. 향신 채소와 함께 끓이면 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불에 구운 피망이나 조림 토마토를 냉동해뒀다면 그것들도 함께 넣어보세요. 지금이 그 재료들의 주인공이 될 순간입니다.
케사비리아는 몇 해 전 티후아나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며 오리건까지 퍼져나간 멕시코 음식입니다. 바삭하면서도 치즈가 흘러내리는 타코 안에 부드럽게 조리된 소고기나 염소고기를 넣고, 진한 콘소메 육수에 찍어 먹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기름이 흘러내리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별미입니다.
만약 감각적인 식사를 즐기는 편이라면, 이런 스타일의 음식이 처음은 아닐 겁니다. 바비큐나 게찜 마니아들이 그렇듯이, 음식이 국물에 흠뻑 젖는 걸 즐기는 이들도 많습니다. ‘아호가다’는 본래 ‘잠긴’ 또는 ‘젖은’이라는 뜻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멕시코 음식으로는 ‘토르타 아호가다’도 있습니다. 소스에 완전히 담가 먹는 샌드위치인데, 마치 만취 상태에서 키스를 하는 듯한 난장판의 식사입니다.
사실, 아호가다 스타일은 플라우타나 토스타다 등 다양한 요리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 레스토랑에서 접시 가득 리프라이드 빈과 빨간 쌀, 아이스버그 양상추가 함께 나오는 익숙한 조합을 본 적이 있다면, ‘웨트 스타일’ 부리토도 아마 접해봤을 겁니다. 뉴멕시코 스타일 레스토랑에서는 빨간 소스와 초록 소스를 모두 얹은 ‘크리스마스’ 버전도 있죠. 손으로 들고 먹기엔 다소 난감하지만, 맛은 그만입니다.
구에로(Güero)의 주인 메건 산체스가 오리건 아트 비트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시그니처 토르타를 만드는 모습도 참고해볼 만합니다.
생각해보면, 엔칠라다는 손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지만, 어찌 보면 ‘타키토 아호가다’일 뿐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입니다. 이젠 치라킬레스 대신 ‘나초 아호가다’를 만들어보고 싶군요.) 이번 요리는 국물이 풍부하면서도 바삭한 케사비리아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하얀 셔츠를 입었다면 조심하세요. 4~6인분 기준입니다.
팁: 채식을 원한다면 타코 안에 닭고기 대신 으깬 감자, 콩 또는 잘게 찢은 호박을 넣으면 됩니다. 로티세리 치킨이 남았다면 그것도 훌륭한 재료입니다. 껍질은 제거하고, 오븐 토스터에서 바삭하게 구워 수프 위에 부숴 올리면 굴 크래커처럼 고소한 토핑이 됩니다.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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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1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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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과 뼈를 제거한 닭 허벅지살 또는 가슴살 4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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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흰 양파 또는 노란 양파 1개 (다져서 절반으로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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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4쪽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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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중간 크기 1개 (깍둑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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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실라 또는 포블라노 고추 1개 (씨 제거 후 깍둑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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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피망 1개 (씨 제거 후 깍둑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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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초 칠리 가루, 알레포 고추 또는 파프리카 2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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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칸 오레가노 1큰술 (으깨서, 이탈리아 오레가노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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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가루 1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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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가루 1작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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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민 1작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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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 1작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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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심지 1개 (또는 심지 2~3개와 냉동 옥수수 ½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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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육수 또는 야채 육수 6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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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토마토 소스 캔 (약 220g)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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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부용 1작은술 또는 큐브 (선택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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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½작은술 (선택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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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토르티야 12장 (1인당 2~3장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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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악사카 치즈 또는 모짜렐라(또는 잭 치즈) 225g (약 2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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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1컵 (잘게 다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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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스프레이 또는 중성유
서빙용 재료: 얇게 썬 무, 라임 조각, 고수, 할라피뇨 슬라이스, 아보카도, 코티하 치즈, 사워크림, 토르티야 칩
요리 팁과 응용
이 레시피는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합니다. 냉동고에 있는 자투리 채소들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며, 남은 닭고기를 활용하는 데도 안성맞춤입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매콤하고 고소한 풍미는 어느 날씨에도 잘 어울리며, 함께 먹는 국물과 토핑이 진한 만족감을 더해줍니다.
이제 옥수수 심지를 꺼내고, 토르티야를 데워 치즈를 녹이고, 국물에 흠뻑 적셔 먹는 케사비리아 아호가다로 봄날의 식탁을 풍성하게 꾸며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