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발견된 ‘오무아무아(1I/’Oumuamua)’와 2019년의 ‘보리소프(2I/Borisov)’에 이어 태양계를 찾은 세 번째 성간 천체 3I/ATLAS가 기존의 상식을 깨뜨리는 관측 결과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전 방문자들보다 더 오래되었고, 더 거대하며,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 천체는 활동성 또한 훨씬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엑스선 분광 영상 위성(XRISM)과 알마(ALMA) 망원경을 통한 관측 결과, 3I/ATLAS는 엑스선을 방출하는 최초의 성간 천체이자 생명 탄생의 핵심 물질을 다량 함유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성간 천체 최초의 엑스선 시그니처 포착
XRISM 망원경이 보내온 데이터는 3I/ATLAS가 엑스선 신호를 방출하는 첫 번째 성간 물체임을 시사합니다. 혹여 이를 두고 외계 문명의 우주선 엔진 신호라거나 무기를 충전하는 징후라는 음모론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혜성의 엑스선 방출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엑스선 방출은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고속의 플라스마와 혜성을 감싸고 있는 대기층인 ‘코마’가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합니다. 혜성이 태양에 접근하며 방출한 가스와 먼지에 태양풍 플라스마가 충돌하면, 가스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비록 혜성 자체는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물체 중 하나지만, 이 과정에서 튕겨 나간 전자는 수백만 도에 달하는 에너지를 얻어 엑스선을 방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2025년 11월 26일 23시 20분부터 28일 20시 38분까지, 약 17시간의 유효 노출 시간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분석 결과 약 40만 킬로미터 범위에 걸친 희미한 엑스선 잔광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것이 단순히 검출기의 노이즈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신호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 질소, 산소의 엑스선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은하계 배경이나 지구 대기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호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혜성 고유의 특성입니다. 1996년 햐쿠타케 혜성 이후 혜성의 엑스선 방출 자체는 알려진 사실이었으나, 태양계 밖에서 온 손님이 이런 신호를 보인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생명 탄생의 필수 재료를 싣고 온 방문자
3I/ATLAS의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마틴 코디너 박사팀은 ALMA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에서 이 혜성이 다량의 기체 메탄올과 시안화수소를 뿜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두 물질은 생명체 형성에 있어 필수적인 재료로 간주됩니다.
일반적인 혜성에서 이러한 분자들은 아주 미세한 흔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3I/ATLAS는 마치 이 물질들을 가득 싣고 온 화물선과 같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혜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체 증기의 무려 8%가 메탄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 태양계의 혜성들에서 측정된 수치보다 약 4배나 높은 것입니다.
혜성 내부의 복잡한 화학 작용과 생명의 기원
더욱 흥미로운 점은 메탄올이 혜성의 암석 핵뿐만 아니라 핵을 둘러싼 가스 구름인 코마에서도 검출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혜성 내부에서 매우 복잡한 유기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메탄올은 생명 탄생과 관련된 복잡한 유기 화합물이 형성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발견되는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견은 혜성이 우주를 여행하며 생명의 씨앗을 지구와 같은 행성에 배달했을 것이라는 ‘범종설(panspermia)’ 가설에 힘을 실어줍니다. 3I/ATLAS가 보여준 독특한 화학적 구성과 에너지 반응은 성간 천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태양을 돌아 다시 먼 우주로 향하는 3I/ATLAS의 여정을 끝까지 추적하며 관측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