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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천문대, 베라 루빈 관측소 첫 이미지 공개

첫 빛의 순간

2025년 4월 15일 저녁 8시(현지 시각), 칠레 북부 안데스 산맥 자락 해발 2,500미터의 세로 파촌(Cerro Pachón) 정상에서 베라 루빈 천문대가 최초로 별빛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관제실 화면에 처음 나타난 영상은 마치 오래된 텔레비전의 눈 내리는 정지화면처럼 보였지만, 확대된 이미지 속에는 수없이 많은 별과 은하가 거대한 먼지 구름 사이를 떠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물리학자 알리샤 슈가트는 “환호와 눈물이 뒤섞인 순간이었다. 작은 광자 하나하나가 이토록 특별한 환영을 받을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그때의 감동을 전했다.

천문학 데이터의 혁신

이 천문대는 건설 첫 해부터 기존 광학 천문학 역사상 모든 관측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를 능가하는 양을 생성할 예정이다. 매일 밤 20테라바이트의 원시 이미지를 수집하며, 프로젝트 전체 기간 동안 500페타바이트 이상의 이미지와 분석 자료를 생산하게 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0년에 걸친 밤하늘의 타임랩스 영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베라 루빈 천문대, 최초 이미지 공개

미국 정부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이 천문대는 최근 은하 성운, 은하단, 수천 개의 새로운 소행성 등을 포함한 초기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로써 이 천문대가 향후 천문학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엿볼 수 있게 됐다.

천문대 건설 책임자인 젤코 이베지치는 “루빈 천문대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천문학 관측 장비 중 가장 위대한 발견 도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제 처음으로, 관측된 천체의 수가 지구 인구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10년에 걸쳐 수집된 영상은 연결되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상”으로 완성될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관측소 위치와 과학적 잠재력

천문대는 미국 에너지부와 국립과학재단(NSF)이 공동으로 건설한 프로젝트로, 건조하고 높은 고도 덕분에 우주를 관찰하기에 이상적인 칠레 아타카마 사막 인근 산 정상에 위치한다.

이베지치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루빈 천문대의 강점은 단일 데이터 세트로도 다양한 과학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천문대가 생산할 방대한 데이터는 우주의 팽창 속도를 가속화하는 미지의 힘인 암흑 에너지와, 은하를 구성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암흑 물질에 대한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지구 근처를 통과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 소행성을 식별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지의 발견을 향한 도전

루빈 천문대 부수석 과학자인 페데리카 비앙코 박사는 “데이터 속에 어떤 놀라움이 숨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알려지지 않은 미지’”라며, 앞으로 펼쳐질 탐험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첫 이미지 공개는 단순한 시작에 불과하다. 베라 루빈 천문대는 이제 본격적인 관측을 통해 우주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낼 새로운 장을 열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