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의 주가가 하루 만에 26%나 급락했다. 최근 이어진 실적 부진 속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시장의 충격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 분위기 속에서 인텔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인텔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6.1% 하락한 21.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320억달러(한화 약 43조 원)가 증발한 것이다. 이는 블룸버그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인텔 주가의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 원인은 인텔이 발표한 부진한 실적 전망과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이다. 인텔은 3분기 매출 전망치를 125억~135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144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열풍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한 점, 그리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올해 2분기에만 19억64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무려 93.3%나 손실 규모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전체 직원 약 11만 명 중 15% 이상을 감원하기로 했으며, 주주 배당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해고와 배당 중단은 회사의 생존 전략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인텔이 AI 시대에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인텔은 2021년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지만, 기술력 저하와 막대한 투자 부담으로 인해 계속된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도 분기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업들도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인텔이 직면한 위기의 깊이는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인텔 주가는 올 들어 약 7개월 동안 57%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향후 반도체 산업 내에서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고, AI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인텔이 어떤 전략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